~2017년(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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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는 언어들
상대를 기어이는 쓰러트리고 누르고 말겠다고 벼르는 대결의 언어의 틈을 비집고 어렵지만 보다 섬세하게, 자신의 욕망을 누르고 찬찬히 스스로, 혹은 대화하며 풀어가는 언어가 해가 갈 수록 희소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게 아니면 내가 그런 장에 나도 모르게 점점 깊이 걸어 들어가고, 휘말려 왔던 것인가?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내면을 강퍅하게 만들고 언제든 이별과 배반을 준비하고 있는 언어 속에서 남는 것은 과연 얼마나 대단한 것일까? 나의 언어는 미래에 다가 올 지도 모를 상대의 성장을 가정하고 있는가, 아니면 나의 모자랐던 과거는 의도적으로 은폐한 채 그저 눈앞의 상대의 종말, 사라짐을 기다리고 가리키고 있는가? 언제나 나 자신을 높이는 말들은 쉬웠고 짐짓 겸손한 말투로도 숨기지 못하는 오만을 누른 ..
2017.08.21 -
계산하는 곰을 좋아하세요?
생산성과 비생산성, 사잇길은 없을까 (부제: 계산하는 곰을 좋아하세요?) 얼마 전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예술인일자리포럼을 다녀왔다. 내가 몸을 담고 있는 단체가 준비하고 있는 포럼의 진행에 있어 참고를 위한 방문이었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이 날 진행된 내용의 일부는 다소 무례하거나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대강의 기조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까.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예술인 당신들은 아직도 순수성을 버리지 못하는 아이같다. 어서 기업가정신을 탑재하고 창업과 비지니스의 세계로 뛰어들라.' 다 큰 성인들에게 아이 훈계하듯 하는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 날 포럼의 진단에서도 나왔듯이 5년 이상 지속되는 신생사업체의 비율이 해가 갈 수록 줄어들고 있는 현 상황에서, ..
2017.08.13 -
보랏빛 나무
나는 내게 상처를 낸다나는 네게 너는 내게 상처를 입힌다알아달라고, 너는 나를 알아달라고 온 마음을 다해 외치지만 사실은 너도 나도 서로를 알고 싶지 않았다 반성은 느리고 애매해지고판단은 빠르고 집요하고 구체적이다나는 언제나 어쩐지 옳고너는 언제나 어쩐지 나쁘다 반성은 언제나 서둘러 작아지며 비난은 언제나 서둘러 커지고 얼룩처럼 번진다 지난 시간은 별 것 아닌 것처럼슥 밀어낸다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처럼슥 베어낸다진정성 있는 너도거짓된 나도 경멸로 증오로 뗀 발자국은 다시 돌아가는 법이 없다 이미 밟았던 발판을 포기하기엔 불안하고 내가 작아질 순 없으니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으니까 너도 나도 잘못된 발판을 따라 끊임없이 밟아가며 우리는 서로 멀어진다 너는 나를 이해 못해 결국 너도 별거 없었어 ..
2017.07.04 -
침묵
침묵으로 많은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침묵으로 사람을 조정하는 사람이 있다 앞의 침묵은 알아채기 어렵고 뒤의 침묵은 노골적이고 시끄럽다그는 침묵하며 살아남으려 애썼고 그 사이 누군가는 피를 흘리고 죽었다 그의 얼굴에 공허한 미소가 떠오르자 사람들은 차마 눈을 못 땐채 소리를 질렀다그 등 뒤에서 전략을 갖지 못한 침묵은 소음 속에서 조용히 창백해지고 공허하게 떠오른 미소는 점점 부풀어올라 그림자를 드리웠다* 박근혜가 웃으며 사저로 돌아갔다는 기사를 접하며
2017.03.12 -
던져진 (4)
2017.02.11 -
대소
한 톨의 근심도 죄책감도 없이 (함께)크게 웃는 순간, 그 찰나에는 분명 영원이 담겨있다.
2017.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