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언어들

2017. 8. 21. 13:16~2017년/text



상대를 기어이는 쓰러트리고 누르고 말겠다고 벼르는 대결의 언어의 틈을 비집고 어렵지만 보다 섬세하게, 자신의 욕망을 누르고 찬찬히 스스로, 혹은 대화하며 풀어가는 언어가 해가 갈 수록 희소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게 아니면 내가 그런 장에 나도 모르게 점점 깊이 걸어 들어가고, 휘말려 왔던 것인가?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내면을 강퍅하게 만들고 언제든 이별과 배반을 준비하고 있는 언어 속에서 남는 것은 과연 얼마나 대단한 것일까?

나의 언어는 미래에 다가 올 지도 모를 상대의 성장을 가정하고 있는가, 아니면 나의 모자랐던 과거는 의도적으로 은폐한 채 그저 눈앞의 상대의 종말, 사라짐을 기다리고 가리키고 있는가?

언제나 나 자신을 높이는 말들은 쉬웠고 짐짓 겸손한 말투로도 숨기지 못하는 오만을 누른 채 그(녀)가 변화하기를, 함께 상황을 변화시켜나가기를 권하는 말들은 어려웠다. 그 뒤에 남는 것은 배척과 배제와 나르시시즘 뿐. 이런 언어의 공기 속에서 점점 이완된 숨을 쉬기는 어려워진다. 숨이 막힌다.

2017.8.21. 

* 이미지 출처: 씨앗학교(seedschoo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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